2010/07/23 17:59

메트로섹슈얼 지갑을 노려라


  
"메트로섹슈얼을 잡아라!"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국내 패션-화장품업체들에 하달된 '작전명령 1호'다. 전통적으로 여성고객에게 초점을 맞춰왔던 패션-화장품업체들이 불황 타개를 위해 최근 남성고객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불황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비상구가 '메트로섹슈얼(Metrosexu al)'이라는데 이들 업체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메트로섹슈얼이란 도시에 살면서 여성 못지 않은 소비를 즐기는 새로운 남성상을 일컫는다. 즉 초호화 옷가게와 사교 클럽, 피트니스센터와 고급미용실이 몰려있는 도시에 거주하면서 그에 걸맞은 라이프스타일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남자, 화장과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남자를 뜻한다. 1994년 영국 문화비평가 마크 심슨이 일간지 〈인디펜던트〉를 통해 처음 소개했고, 〈옵저버〉와 〈맥클린〉등을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패션-화장품업체들은 그동안 "남자 옷-화장품의 구매 결정은 여자들 몫이다. 외모에 관심을 쏟는 남자가 몇이나 되 겠나"라고 단정지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와 같은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일부 남성들은 여성 못지 않은 구매력을 발휘한다. 남성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멋을 내는 취향에서 성을 구분하기는 더욱 모호해졌을 정도로 남성들의 멋내기 열풍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남성들이 더 이상은 '남의 눈'이나 고정관념의 틀에 갇히기를 거부하며 강력한 소비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남성 신인류'로 지칭되는 메트로섹슈얼이 크게 부각되는 것은 세계적인 경향이기도 하지만 업계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올 봄 핵심키워드를 '메트로섹슈얼'로 정할 정도로 이들을 향해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메트로섹슈얼이란 화두를 가지고 소비심리를 살리겠다는 얘기다. 남자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화려하게 치장하고 패션감각을 과감하게 살리는 이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업종은 물론 패션-화장품업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한계에 다다랐지만 남성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업체들은 이를 위해 다양한 신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제일기획 양승원 대리는 "그동안은 패션-화장품의 주소비층이 여성이었지만 최근 들어 남성들의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다"면서 "이들을 겨냥한 신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주)코오롱패션 주선희 실장은 "최근까지 금기로 생각하던 꽃무늬가 올 봄 남성복에서 강세를 보이는 등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꽃무늬 패션이 유행할 정도로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모에 투자하는 소비심리 공략
속옷업계도 겉옷업계에 질세라 레이스와 망사 등 파격적인 소재에 빨강, 파랑, 분홍 등 총천연색 '야한' 남성용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수를 놓거나 큐빅을 박는 등 여성용 란제리보다 화려한 속옷도 적지 않다. 실제로 (주)남영L&F를 비롯해 휠라인티모-젠토프-캘빈클라인-좋은사람들 등 속옷업체는 젊은 남성을 위한 신제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주)남영L&F 윤영자 디자인팀장은 "최근 메트로섹슈얼 바람에 편승해 남자 속옷이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그래픽적인 프린트 패턴과 화사한 색상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휠라인티모는 남자용이 속옷 판매율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상품이다. 러닝-삼각팬티-트렁크 등이 주를 이루던 남성 속옷형태가 티팬티 등으로 다양해졌다. 레이스-망사 등 여성 속옷에만 쓰던 소재도 사용하는데다 색상도 하양-검정-회색-남색 등 어두운 색상에서 파랑-분홍-빨강 등으로 밝아졌으며 망사-자수-큐빅 등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속옷 소재 파격적, 기능성 화장품
화장품업계도 가수 비를 비롯해 탤런트 장동건, 축구선수 안정환 등 빅스타를 내세워 치열한 시장선점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을 통해 남성도 화장을 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제품도 스킨로션-밀크로션 같은 기초화장 품에서 벗어나 미백-주름개선 등 기능성 제품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남성전용 색조화장품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코리아나화장품은 메트로섹슈얼을 대상으로 '디벨로 EX폼워시'와 '엔시아 클리어 머드팩' 등 전용 화장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특히 코리아나는 가수 비를 앞세워 신세대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올 초 남성용 미백제품인 '보닌 화이트 스킨 & 커버로션'을 출시하며 모델로 장동건을 내세워 새로운 TV CF를 제작하는 등 시장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남자는 피부다'라는 카피를 내세운 이 광고는 자신의 피부를 사랑하는 섬세한, 그러나 여전히 남성적인 새로운 남성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앞서 '꽃을 든 남자'의 소망화장품도 남성용 미백기능성제품 '에소르 화이트'를 출시하며 새로운 CF로 큰 관심을 끌었을 정도다. 영국의 축구스타 베컴이 메트로섹슈얼의 세계적 아이콘이라면, 안정 환은 한국의 메트로섹슈얼을 대표하는 셈이다.

올 초 국내에 들어온 일본통신판매화장품 DHC의 남성화장품 'DHC 포맨'의 TV CF카피는 '여자는 잊어라'다. 이는 그동안 남자화장품의 실구매자였던 여자 대신 남자가 직접 고르고 사는 화장품이라는 컨셉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탤런트 지진희의 이미지를 활용,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리아나화장품 홍보팀 남규혁 대리는 "삶의 질을 추구하는 '웰빙' 열풍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모에 신경을 쓰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남성용 기능성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기불황에도 지난해 남성용 화장품 시장은 전년보다 10% 정도 늘어난 3천억∼3천5백억원 규모에 달했다.

출처 :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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